먹구름 낀 홍준표 ‘태양광 프로젝트’

먹구름 낀 홍준표 ‘태양광 프로젝트’

취임 이후 민자 유치 치적 꼽던 ‘산단 지붕 태양광 교체’
경기침체 등 난관에 현재까지 1곳만 설치 ‘빈수레’ 논란
지난해 8월 대구 북구 노원동3가의 한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대구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패널 설치가 완료된 곳이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투자유치 성공 사례로 꼽았던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가 실적 부진으로 실패위기에 처했다. 사업 가능성과 금융시장 침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2022년 12월 한화자산운용과 특수목적법인(SPC)인 SRS 등과 사업 업무협약을 맺어 2025년까지 최대 3조원 규모의 민간 자본을 투입해 지역 노후 산업단지의 공장 지붕 및 유휴부지에 1.5GW 용량(신고리 원전 1.5기 수준)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18일 대구시와 SRS에 따르면 협약을 맺은 이후 현재까지 태양광 패널 설치를 마무리한 공장은 겨우 1곳(271.44㎾)뿐이다. 목표 발전용량인 1.5GW의 0.02%에 불과한 셈이다.

한화자산운용도 지난 한 해 5곳의 투자처에서 152억6000만원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투자 목표인 3조원의 약 0.5% 수준이다. 현재 투자금으로 공장 18곳(예정)에 추가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목표치인 7000여곳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대구시는 전체 산단의 80%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 노후 산단을 둘러보고 처음 구상한 사업이다. 대구시의 밑그림에 한화자산운용 등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대구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민간투자 사업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당시 홍 시장은 “사상 최대의 민자유치를 통해 탄소중립과 스마트 산단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대구를 신재생과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 지붕을 내준 업체 측은 오래되고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무상으로 철거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이후 일반 태양광 사업보다 높은 임대료와 전기차 충전기 무상 설치, 전기차 교체 지원 등의 혜택도 받는다.

대구시는 도심 면적의 15%에 달하는 산단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보급하고 1급 발암물질인 노후 석면 슬레이트 공장지붕(116만㎡)을 철거해 친환경 산업단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사업 성공 가능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시는 사업 당사자들이 태양광 패널 설치 시 20년간 운영계약을 맺게 되는데, 투자사들이 이 부분에 부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부도나 공장 매매 등으로 사업주가 바뀔 경우 투자비 회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 계약에 대한 불확실성에 의문을 보이는 산단 입주업체도 많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장주 변경 등의 상황이 벌어지면 (바뀐 업주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문제여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또 장기공급 계약에 따른 태양광 전력 생산단가가 당초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고도 평가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침체도 한 요인이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사업 구상이 발표된 후) 시민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사업이 진행된다며 기대했는데 알맹이가 없다는 것에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시가 이런 사업을 추진할 때는 사전에 현실적인 가능성과 요구 등을 충분하게 파악한 뒤 대외에 알리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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