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처럼 이착륙, 제트기처럼 순항…세상에 없던 ‘별종 비행체’ 성큼

헬기처럼 이착륙, 제트기처럼 순항…세상에 없던 ‘별종 비행체’ 성큼

속도 올라가면 프로펠러 접어 공기 저항 ‘뚝’
제트엔진 가동…시속 833㎞ 고속 비행
최근 미국 기업 벨이 ‘고속 수직이착륙기(HSVTOL)’ 개발을 위해 고안한 지상 시험 장치 모습. 일정 속도에 이르면 바람개비 형태 회전날개는 작동을 멈춘 뒤 후방으로 완전히 접히고, 제트엔진이 가동된다. 우측 하단 작은 사진은 회전날개를 접은 채 하늘을 날고 있는 HSVTOL 상상도. 벨 제공


좁은 공간에서 뜨고 내리는 헬기와 고속 비행이 가능한 제트기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항공기’가 곧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민간항공기업 벨은 최근 좁은 공간에서 수직으로 이륙한 뒤 일단 공중에 뜨면 제트엔진을 켜 빠르게 비행하는 신개념 항공기를 만들기 위한 주요 지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벨은 이 새로운 비행체에 ‘고속 수직이착륙기(HSVTOL)’라는 이름을 붙였다. HSVTOL은 벨이 미 국방부 소속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벨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HSVTOL 항공기의 지상 시험 영상은 특이하다. 미 뉴멕시코주 홀로만 공군기지에서 촬영된 이번 영상은 광활한 평지에 놓인 긴 철로에서 시작한다. 철로 위에는 소형 기차가 서 있다. 기차 정면에는 길이 약 1m짜리 블레이드 3개로 이뤄진 회전 날개가 달려 있다.

회전 날개가 돌아가자 추진력이 생긴 기차가 앞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특정 속도에 이르자 회전 날개는 작동을 완전히 멈춘다.

가장 특이한 움직임은 바로 그 다음이다. 회전 날개를 이루는 블레이드 3개가 세찬 바람을 만난 풀처럼 후방을 향해 일제히 눕는다. 그런데도 기차는 속도를 더욱 붙이면서 나아간다.

이 지상 시험은 벨이 개발한 통합 추진 기술을 확인한 것이다. 출발할 때에는 회전 날개의 힘으로 나아가다가 특정 속도에 이르면 회전 날개가 작동을 정지하는 것은 물론 전체 덩치까지 최소화해 공기 저항을 줄인다. 그 다음에는 제트엔진을 켜 강한 추진력을 얻는 절차를 시험한 것이다.

벨은 HSVTOL 기술을 실용화하면 혁신적인 비행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날개를 돌려 동체를 수직으로 공중에 일단 띄운 뒤 순항에 들어가기 전 날개를 완전히 접고나서 제트엔진을 켜는 것이다. 벨은 제트엔진의 힘으로 최고 시속 833㎞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프로펠러에 의지해서는 대개 시속 500㎞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기가 어렵다.

벨은 HSVTOL의 최대 탑재중량을 2300㎏으로 잡고 있으며, 소형 승용차 한 대를 실을 덩치로 내부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HSVTOL은 전장에 군인을 긴급 투입하거나 재난 현장에 구조대원을 급파할 때 사용하기에 좋다. 활주로가 없어도 얼마든지 뜨고 내릴 수 있는데다 비행 속도가 일반적인 제트기처럼 빠르기 때문이다. 벨은 “이번 지상 시험은 미래 군용기를 위한 중요한 발전 단계”라며 “향후 실험용 항공기를 설계·제작해 실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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