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칩 심은 사지마비 환자, 마음으로 마우스 움직였다

뇌에 칩 심은 사지마비 환자, 마음으로 마우스 움직였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중국 연구진, 인간 이식 성공머스크 “인간의 생각으로 마우스 조작 가능”
뇌에 칩 심은 사지마비 환자, 마음으로 마우스 움직였다
사지마비 환자 지원·뇌 활동 연구에도 적용
뇌에 칩 심은 사지마비 환자, 마음으로 마우스 움직였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가 최초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했다고 밝혔다./로이터 연합뉴스
뇌에 칩 심은 사지마비 환자, 마음으로 마우스 움직였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가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칭화대 연구진도 사지마비 환자에게 무선 컴퓨터 장치를 이식했다고 밝히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0일(현지 시각) 뇌에 연결해 컴퓨터와 통신할 수 있는 장치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조명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인간의 뇌 신호를 받아 정보 검색이나 복잡한 계산을 할 뿐 아니라 인간과 AI의 공생, 더 나아가 인간의 뇌를 이해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이전 버전이라 볼 수 있는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최초로 이식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연구자들은 동물의 뇌 내부에서 기록된 신호를 사용해 외부 기계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04년에는 척추 부상으로 마비된 환자에게 개별 뉴런의 활동을 기록하는 전자 장치를 이식했다. 해당 환자는 이 장치로 의수를 여닫거나 로봇 팔로 기본적인 작업을 수행했다.
2000년대 들어 인공지능(AI)과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뉴런의 신호를 감지하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성능을 결정짓는 전극 기술이 등장했다. 2017년에 나온 ‘뉴로픽셀’이라는 기술은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리콘 전극을 사용해 수백 개 뉴런 각각의 전기 신호를 감지한다. 현재 7년째 동물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이식됐다.
뉴럴링크 초기 실험에 참여한 원숭이 페이저(9)가 뇌 활동만으로 화면 속 막대를 움직이기 전 조이스틱을 조작하며 보상으로 바나나 스무디를 마시는 모습./뉴럴링크 유튜브 캡처
기술 개발에 힘입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상업화도 진행되고 있다. 뉴럴링크는 돼지, 원숭이에 이어 지난달 인간에게 처음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뉴럴링크에서 개발한 장치는 동전 크기로 두개골 아래에 이식된다. 이식 후에는 칩에서 나온 작은 와이어가 뇌에서 운동 의도를 제어하는 영역과 직접 닿아 뉴런 활동을 읽는다. 그리고 무선으로 컴퓨터에 신호를 전달한다.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의 음성 대화 스페이스 행사에서 “뇌에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을 이식한 환자가 완전히 회복했고, 자신의 생각 만으로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며 “뉴럴링크는 마우스의 버튼을 누르거나 좌우,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생각으로 컴퓨터는 물론 휴대전화와 관련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기술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의 ‘최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인간 이식’ 발표 직후, 8시간 만에 중국 칭화대 연구진이 사지마비 환자에게 무선 인터넷 장치를 두개골(머리뼈)에 이식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진은 “‘신경 전자 기회(NEO)’라고 이름 붙인 이 장치는 동전 두 개만 한 크기”라며 “뉴럴링크의 칩보다 덜 침습적으로 뉴런 손상 위험이 없고, 무선 충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0월과 12월에 걸쳐 두 명의 환자에게 장치를 이식했고, 알고리즘을 개선해 무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일부 연구자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마비 환자의 기능 회복을 도울 뿐 아니라 인간의 뇌를 탐구한 독특한 기회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장치의 작동 과정과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뇌 영역의 단일 뉴런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기존 도구보다 관찰 시간이 길어 데이터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뉴런과 근육의 연결을 연구하는 프랭크 윌렛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네이처에 “인간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지금까지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뇌 영역의 단일 뉴런 활동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창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 교수는 “며칠이나 몇 주가 아니라 몇 달, 몇 년에 걸쳐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며 “학습 방식과 이해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0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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