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바닥' 기시다, 脫디플레 선언 카드 꺼낼까

'지지율 바닥' 기시다, 脫디플레 선언 카드 꺼낼까

장기침체 상징 '마이너스금리' 해제
기시다 정권엔 경제 어필 긍정 재료
9월 총재선 겨냥 국면전환 노릴수도
"아직 아니다" 신중론에 시기 저울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EPA연합뉴스

[서울경제]

일본은행이 장기 침체의 상징과도 같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면서 이제 관심은 정부가 언제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할지로 쏠리고 있다. 올 가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침체에 빠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경기 부양을 어필하며 반전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 카드를 던지기엔 아직 경제가 확실한 안정권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전날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변경에 대해 “이번 변경으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현재의 일본 경제 상황을 디플레보다는 인플레이션 쪽에 가깝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탈출했다는 판단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일본 정부의 ‘디플레 탈출’은 ‘다시 디플레 상태로 돌아갈 전망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를 평가하는 데 ▲물가상승률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단위노동비용(기업이 재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임금) ▲일본 경제의 수요와 공급 차이를 나타내는 수급 갭(gap) 등 네 가지 지표를 활용한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통상 그 나라 국민경제의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 물가와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을 웃도는 플러스 권에서 움직이는 반면, 경제 전체의 공급과 수요의 차이를 나타내는 수급 갭은 지난해 말까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만성 수요 부족 상태를 이어갔다. 수습 갭이 마이너스면 물가가 하방 압력을 받는다. 단위노동비(상승률) 역시 3개 분기 연속 0%대에서 움직이며 임금 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노사 임금협상에서 기업들이 높은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 임금 상승률은 22개월 연속 하락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물가와 임금의 경우 정부와 일본은행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수치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는 만큼 지금의 선순환이 얼마나 지속성을 가져갈 수 있느냐도 관건이 된다.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기시다 총리에게 시간이 많지는 않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역대 최저인 내각·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파벌 해산으로 혼란한 당에서 구심력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6월 23일로 이번 국회 회기가 끝나지만, 중의원 해산을 통해 구심점을 강화하기엔 ‘센 한방’이 부족하다. ‘탈 디플레 선언’ 같은 매력적인 카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달 초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2001년 디플레 진입 인정 이후 23년 만에 ‘탈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기업 실적과 증시의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이 이어지며 지지율 하락, 자민당 정치 자금 스캔들 등 궁지에 몰린 기시다 정권이 국면 전환용으로 ‘디플레 탈출’을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 관련 지표의 호조가 국민 체감 경기와 지지율로 스며들지 않은 데다 정부 내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금융정책 정상화는 바로 탈선한다”거나 “다시 디플레로 돌아가면 돌이킬 수 없다” 같은 신중론이 확산하면서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전날 일본은행의 발표 직후 ‘디플레 탈출 선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물가 기조나 배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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