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7일!] "입학했다고 좋아했는데"… 그날 OT에선 무슨 일이

[2월17일!]

[역사 속 오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2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체육관 붕괴사고는 '폭설'이라는 자연재해와 함께 체육관 인허가 단계부터 유지보수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인재'가 개입한 총체적 부실 사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2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동대산 기슭의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2층 건물의 지붕이 붕괴돼 구조작업에 나선 119 구조대원. /사진=뉴스1
2014년 2월17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에 위치한 마우나리조트로 부산외국어대 아시아대학 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신입생환영회)을 떠났다. 오리엔테이션이 한참 진행되던 밤 9시쯤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건물의 천장에 눈이 쌓이며 벽이 무너져내렸다. 학생들이 대피하는 상황에서 천장이 접히며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총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여학생 7명, 남학생 2명, 이벤트업체 소속 사회자 1명이었다. 2명이 중상을 입었고 10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피해자는 총 214명이었다.

무너진 건물은 PEB 구조 시스템에 샌드위치 판넬로 마감된 조립식 건물이었다. 전날 폭설이 내렸는데 건물의 지붕이 무거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조립식 건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지만 눈을 제대로 치우지 못하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실제로 당일 인근 공장들은 소방 호스로 눈을 녹여서 지붕이 붕괴되는 것을 막았다.

그날 지붕을 덮은 눈의 무게는 총 180톤으로 추정됐다. 리조트 책임자들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건축믈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공지했던 장소 갑자기 바꿨다고?… '의혹' 투성이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뉴시스
부산외대 사고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2014학년 신입생 환영회 장소를 경주 켄싱턴리조트로 못박아 안내문을 배포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장소를 마우나리조트로 변경하면서 이를 두고 진실공방이 일었다. 이에 대해 부산외대 사고대책본부는 당초 켄싱턴리조트를 예약했지만 리조트 측에서 취소 통보를 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숙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예약 단계에서 총학생회가 켄싱턴리조트를 신입생 환영회 장소로 안내문에 못박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후 "켄싱턴리조트가 학생 수가 더 많은 다른 대학과 계약해 뒤늦게 예약취소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마우나리조트를 선택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켄싱턴리조트 측에서는 "1월 부산외대를 포함한 대학 20곳 정도가 피크 시즌 예약을 위해 찾아왔다"며 "하지만 부산외대는 답사만 했을 뿐 예약은 물론 계약금조차 낸 적이 없다"고 밝혀 진술이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대학 측이 학생회와 갈등을 빚어 교통비 1000만원 외에 별도의 재정지원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시설을 신입생 환영회 장소로 잡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책본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묵은 숙소는 과거에 비해 가격이나 시설 면에서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 무엇 때문에 장소를 급하게 바꾼 것인지 의혹만 커졌다.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총체적 부실 '종합판'


2014년 3월27일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주경찰서에서 경주마우나오션 체육관 지붕 붕괴 사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배봉길 경북지방경찰청 차장. /사진=뉴스1
마우나리조트체육관 붕괴사고 수사결과 이번 사고는 폭설과 함께 설계와 시공, 감리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된 부실공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관 지붕의 가장 직접적인 붕괴원인은 1㎡ 당 114㎏의 적설 중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경주지역에는 수십㎝의 눈이 내렸고 리조트 내부 문건에도 누적 적설량은 145㎝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체육관 설계와 시공, 감리, 유지보수를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체육관 안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주기둥 등은 설계보다 강도가 떨어지는 부실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설계도면 등에는 주기둥과 주기둥보의 자재로 강성이 높은 SM490을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시공과정에서는 이보다 강성이 10% 이상 약한 SS400이나 SPHC가 시공됐다.

체육관 기초공사과정에서도 콘트리트보다 2.5배의 강성이 있고 철제부품의 부식을 방지하는 몰타르 대신 시멘트로 마감한 것, 지붕패널 결합방식의 하자, 스크류볼트 결합 간격 미기재 등도 함께 드러났다.

특히 원청업체인 S종합건설 현장소장은 강구조물 업체가 부실자재를 사용했음에도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고강구조물업체 대표와 현장소장은 건축구조기술사의 명의를 빌려 구조계산서 등을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리조트 측도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음에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후배 구하려다… "의인 故양성호 잊지 않겠습니다"


경북 경주시 마우나 오션 리조트에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발생한 지붕 붕괴사고 때 후배들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의읜 양성호씨를 위한 추모비 제막식이 열렷다. 사진은 헌화하는 유가족. /사진=뉴스1(부산외대 제공)
당시 미얀마학과 학회장이던 양성호씨는 간신히 체육관 밖으로 몸을 피했지만 후배를 구하기 위해 다시 사고 현장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고인의 희생은 구조된 학생들의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고인을 의사자로 인정했고 부산외대는 이듬해 6월 고인의 희생과 의로운 정신을 기리고자 교내에 추모비를 건립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2022년 12월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양씨를 국립묘지 안장자로 결정했다. 그동안 양씨는 유족 뜻에 따라 기장군 실로암 공원 묘역에 안장된 상태였다. 부산남구는 지난해 4월5일 서울 현충원에서 마우나 리조트 참사 의사자 故 양성호씨의 합동 안장식을 열었다.

이날은 양씨의 32번째 생일이었다. 합동 안장식에는 양씨의 어머니 하계순씨를 비롯한 유족과 친구 등이 참석했고 유족 대표의 분향·헌화, 조총 발사, 유골함 봉안 순으로 식순이 거행됐다. 현충원 안치는 국가가 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최고의 예우로, 국방지원단이 영정과 영현을 봉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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