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백과사전' 만든다…"인간이 앓았던 질병 전부 기록"

'면역 백과사전' 만든다…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과학기자협회, IBS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신의철 센터장이 면역 기억 백과사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학기자협회 제공
국내 연구팀이 인간의 질병, 알레르기 등에 대한 '면역 기억 백과사전'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열린 ‘과학기자협회-IBS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우리 몸에서 기억은 뇌의 신경과학적 기억과 몸의 면역적 기억 두 종류가 있다"며 "한 사람의 면역 기억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면역 기억 백과사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에는 몸에 침입했던 병원균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종류를 기억하고 인식하는 'T세포 수용체(TCR)'가 달려 있다. 신 센터장은 "한 사람이 가진 T세포 수는 약 4x1011개고 TCR의 종류는 107~108가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TCR의 종류가 면역 기억의 종류인 셈이다.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앓았던 사람이라면 코로나바이러스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는 TCR을 가진 T세포가 존재한다. 신 센터장은 "사람의 혈액을 채취해 T세포를 분리하고 T세포 속의 TCR 유전자를 분석하면 그 사람이 가진 TCR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사람의 TCR 종류를 파악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면역 기억 백과사전(TCRome encyclopedia)'이라고 이름 붙였다. 과거 인간 유전자의 모든 염기서열을 파악하려고 한 휴먼 게놈 프로젝트와 유사하다. 신 센터장은 "게놈 프로젝트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 정보에 대한 기록이라면 면역 기억 백과사전은 인간이 태어난 이후 겪은 일에 대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에 대해 "한국인 남녀 1명씩 총 2명을 진행 중"이라며 그중 한 명은 본인이라고 밝혔다. 또 "전체 TCR 유전자의 11% 정도 파악된 지금 사스(SARS)나 결핵 등 우리가 잘 아는 질병의 면역 기억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나머지 89%에도 다른 질병이나 알레르기 면역 기억이 존재한다. 신 센터장은 "기준을 정한 건 아니지만 주로 알려진 병원균에 관련된 면역 기억을 중심으로 20%까지 밝혀내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신의철 센터장이 T세포의 면역 반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병구 기자
우리 몸의 T세포 종류는 분류됐지만 아직 어떤 질병에 어떤 T세포 그룹이 반응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신 센터장은 "면역 기억 백과사전이 완성되면 우리 몸에서 T세포 지도를 만들어 특정 질병과 매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혈액의 T세포를 채취해 종양이나 장기이식의 거부반응에 관여하는 특정 T세포 그룹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하면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먼 미래에는 약 1000명의 면역 기억 데이터를 모으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신 센터장은 "아직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2년도 되지 않았다"며 "면역 기억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 명의 면역 기억만 파악하는 것은 부족하다. 많은 사람의 데이터에서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분석 비용은 한 사람당 5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신 센터장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 비용은 감소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고 한 연구자가 하기엔 큰 규모"라며 "국가나 기업의 후원 또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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