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멕시코 국경’ 법안 부결…트럼프 압력에 난장판 된 미 의회

‘우크라 지원-멕시코 국경’ 법안 부결…트럼프 압력에 난장판 된 미 의회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긴급 안보 법안’ 표결을 앞두고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부결, 부결, 또 부결.
‘우크라 지원-멕시코 국경’ 법안 부결…트럼프 압력에 난장판 된 미 의회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과 멕시코 국경 통제를 놓고 상원과 하원이 갈등하고 공화당에선 내분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미국 의회의 ‘무정부’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어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워싱턴포스트)는 심각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우크라 지원-멕시코 국경’ 법안 부결…트럼프 압력에 난장판 된 미 의회
미국 상원은 7일(현지시각) 1183억달러(약 157조원) 규모의 ‘긴급 안보 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49 대 반대 50표로 가결에 실패했다. 찬성표는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 토론) 생략을 위한 60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것으로 러시아의 공세에 밀려 “포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601억달러, 가자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을 위한 141억달러 지원 예산이 들어 있다. 합의안은 또 무단 월경자가 하루 5천명을 넘으면 즉각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등 멕시코 국경 통제를 크게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안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선 멕시코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을 민주당이 받아들이며 양당 합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합의를 이끈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조차 이날 반대표를 던졌다.
‘우크라 지원-멕시코 국경’ 법안 부결…트럼프 압력에 난장판 된 미 의회
전날 하원에선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는 빼고 이스라엘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176억달러 규모의 예산 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신속 처리 절차를 밟으려면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지만 찬성은 이에 못 미치는 250표(반대 180표)에 그쳤다. 하원은 이날 국경 통제 실패를 이유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안도 표결했으나 찬성 214 대 반대 216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212명이 모두 반대했고, 공화당 의원 4명이 반란표를 던졌다.
미 상·하원에서 이틀째 세개의 주요 표결이 부결되는 이전투구가 벌어진 배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다. 애초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선 국경 통제 강화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결과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된 안이 마련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통과시키는 것은 “민주당에 선물을 주는 것”이라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반대를 요구했다. 이 안이 통과돼 멕시코 쪽 국경이 안정되면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할 유력한 소재가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대하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처음 계획한 대로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안만 따로 표결에 부치려고 했으나 공화당에서 중구난방식 주장이 나오자 이를 8일로 미뤘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상원을 통과해도 공화당 강경파가 버티는 하원에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원 내 공화당 강경파는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상정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 의회의 혼미로 인해 미국의 지원예산이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게 되자 곧 전쟁 발발 두돌(2월24일)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암담해지고 있다. 미국은 개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4420억달러의 군사지원을 했지만, 지난해 말 관련 예산이 바닥났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포탄 5발을 쏘면 우크라이나군은 1발로 대응하는 전선의 상황을 전하며, 미국의 원조가 끊기면 올 하반기엔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세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이 신문은 서구 은행들이 보관 중인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쓰거나, 한국이 미국에 포탄을 보내고 미국은 자국 보유분을 지원한 것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안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늦어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이 더 긴장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자선이 아니라 우리의 안보 이해에 관한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촉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지원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대통령 서명을 위해 (집무실) 책상에 도달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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