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실손은 본인부담초과액도 보상? 대법원 정리 나섰다

1세대 실손은 본인부담초과액도 보상? 대법원 정리 나섰다

대법원 전경, 뉴스1

옛날에 가입한 ‘1세대 실손보험’이라면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초과금 부분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4년 시행한 본인부담상한제는, 개인 소득 등을 고려해 일정 기준을 초과해 쓴 의료비에 대해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후 2009년 10월, 금융감독원이 본인부담금상한제로 환급가능한 금액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험 표준약관을 새로 만들었다. 이른바 ‘2세대 실손’으로의 변화였다. 문제는 ‘1세대 실손’이다. 2009년 10월 이전에 체결된 실손보험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A씨도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였다. 2008년 11월에 가입했다. 특별약관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부담하는입원실료, 입원 관련한 여러 비용, 수술비의 비용 전액(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을 말합니다)을 보상해 드린다”고 돼 있었다. 2021년 병원에 입원해 도수치료 등을 받은 A씨는, 자신이 청구한 대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자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도수치료 관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보험사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은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돌려받는 돈이니 보험사에서 보상해줄 게 아니란 주장을 펼쳤다. 물론 2세대 실손에서처럼 초과금은 안 준단 얘기를 계약서에 명시한 건 아니었다. 판사들도 헷갈렸다. 1심 창원지법 마산지원 황정언 판사는 “환급금은 공단이 부담하는 것이라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아니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는데(2022년 10월 선고), 2심 창원지법 민사3-2부(부장 이장욱)는 “계약서상 보상대상이 아니라는 규정이 없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2023년 9월 선고).

2심 재판부는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할 땐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안 준단 말이 없었다면 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오히려 보험사에 대해 “본인부담상한제는 2004년 6월 신설돼 2004년 7월부터 시행 중이라 2008년 11월 A씨와 계약 체결 당시 관련 내용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는데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1세대 보험이라도 초과금은 보험금 대상 NO”
건강보험 가입자가 연간 의료비를 일정금액(지난해 기준 83~598만원, 소득별 상이)을 넘어 쓴 경우, 매년 8월 말까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환급 신청을 할 수 있다. 사진은 공단 종로지사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이 판단은 4개월 뒤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 법령해석의 통일을 위하여 판단한다”며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은 피보험자가 아닌 공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보험사의 보상대상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고객이 쓴 돈도 아닌데 보험사가 왜 보상해 주냐는 1심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약관에 ‘초과금은 안 된다’라고 안 쓰여 있어도 상식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그리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한 결과 약관 조항이 일의적으로 해석된다면 약관 조항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며 ‘내용이 명백하지 못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약관 내용은 피보험자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보상 대상이라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은 이날 판결에 대해 “약관과 본인부담상한제의 내용, 실손의료보험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넘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험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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