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해외여행 가기 전 홍역·수막구균 예방접종 꼭 하세요"

[100세건강]

전 세계 홍역 유행…MMR백신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방어
세균성 뇌수막염 3대 원인인 수막구균…24시간 내 사망 위험도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봄철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현지 유행 감염병을 알아두고 예방접종을 통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인 홍역 유행에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고 집단 내 밀집된 공간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수막구균 감염증에도 대비해야 한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환자와 접촉해 홍역에 걸린 환자가 12명 발생했다. 2급 법정 감염병인 홍역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국내 홍역 환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해외 왕래가 줄어든 2020년 6명에 불과했고 2021년과 2022년 1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들어 세계적인 유행과 해외여행 증가의 영향으로 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올해에도 꾸준히 환자가 확인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는 194명 발생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를 보면 전 세계 홍역 환자 수는 2022년 약 17만명에서 지난해 약 30만명으로 1.8배 증가했다. 유럽은 2022년 홍역 환자가 937명이었지만 지난해 5만8115명으로 62배 급증했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면역이 불충분한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90% 이상 감염될 수 있다.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 대증 요법(안정, 수분 및 영양 공급)만으로도 호전되지만 발진, 전신 발진, 구강 내 병변이 나타나고 4일까지 격리가 필요하다.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어 생후 12~15개월 때 1회와 4~6세 때 2회로 예방백신(MMR,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을 접종해야 한다.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백신을 모두 접종했는지 확인하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불확실하면 출국 4~6주 전 4주 간격 접종하는 게 좋다.

질병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홍역 예방백신(MMR) 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더라도 국내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작으나 미접종 영유아 혹은 면역력이 떨어진 의료기관 종사자에 소규모 유행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11일 오전 홍역 선별진료소로 지정된 대전 서구 을지대 병원 출입문에 홍역예방수칙과 홍역선별진료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19.2.11/뉴스1 ⓒ News1


아울러 뇌수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수막구균 감염증' 예방도 요구된다. 성인의 5~10%는 수막구균 무증상 보균자로 환자나 건강한 보균자의 코나 입의 점액에 있던 수막구균이 작은 수포 또는 접촉에 의해 타인에게 전파된다.

수막구균은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페렴구균과 함께 세균성 뇌수막염의 3대 원인 중 하나로 감염되면 두통, 발열, 경부 경직, 오심, 구토 등이 급격히 진행된다. 특히 증상 후 24~48시간 이내에 환자의 8~15%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여행지로 주로 방문하는 국가의 연간 수막구균 감염자 수를 보면 영국 205명(2021년 7월~2022년 6월), 캐나다 연평균 200명, 호주 80명(2022년), 뉴질랜드 72명(2022년)으로 한국(10명)보다 월등히 많다.

또 아프리카 중부 지방의 수막구균 벨트 지역(가나, 감비아,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에서는 건기(12월~6월)에 수막구균 질환 발생률이 인구 10만명당 최대 1000명이다. 이런 국가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수막구균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다.

국내에는 생후 2개월부터 접종할 수 있는 4가 수막구균 백신(GSK '멘비오') 등이 있다. 접종을 통해 수막구균을 일으키는 4가지 주요 혈청군(A, C, W135, Y)에 의한 침습성 수막구균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백신은 생후 2개월부터 만 55세 이하의 성인에게 접종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회원회(ACIP)는 수막구균 감염증 위험이 높은 만 11~18세 청소년에게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강현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막구균 유행 지역으로 여행 가거나 여행 기간이 길면 감염 위험이 더 높다"며 "수막구균 감염증은 패혈증, 쇼크 및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환이다. 설레는 해외여행에서 병마와 싸우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또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기숙사 생활이나 새로운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은 수막구균 A, C, W-135, Y 혈청군에 의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수막구균 백신을 접종하여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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