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죄악" 정교회 국가 최초…그리스, 동성결혼 합법화

LGBTQ+ 활동가들과 지지자들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 법안 표결을 앞두고 그리스 의회 앞에 모여있다. /로이터=뉴스1그리스가 정교회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 의회는 찬성 176표, 반대 76표, 기권 2표로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의원 300명 중 46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그리스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자녀 입양도 허용한다. 자녀가 있는 동성 연인은 부모의 권리를 부여받는다.

지금까지 EU(유럽연합)에서 동성 결혼을 법제화한 국가는 그리스를 포함해 16개국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37개국이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정교회 신자가 많은 국가에서 동성 결혼을 받아들인 것은 그리스가 처음이다. 정교회는 그리스도교의 종파 중 하나로, 전통적인 가족상을 옹호하고 동성애를 죄악시한다.

그리스의 '동성 결혼 합법화'는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연임에 성공한 키리아코스 미초타미스 총리가 제안한 '국가 현대화' 공약 중 하나다. 미초타미스 총리는 "이 법안이 민주주의의 심각한 불평등을 종식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총리는 법안 통과 투표 전 연설에서 "이미 동성과 결혼이 합법인 전 세계 36개국과 그리스가 나란히 서게 될 것"이라며 "보수주의가 현대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낡은 견해와 결합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극우 정당 스파르타 당의 의원들은 법안에 대해 "지옥의 문을 열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미초타미스 총리가 속한 보수주의 신민주주의당 일부 의원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스 최초의 동성애자 정치인 스테파노스 카셀라키스가 이끄는 제1 야당 시리자를 비롯해 다른 군소 정당의 의원들은 이 법안에 찬성했다.
미초타미스 총리는 법안 통과 직후 의원들을 향해 "동성애자들이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었고 가족과 사회적 환경에 의해 억압받아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는 "법안이 통과됐다. 오늘 밤 그리스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16번째 EU 국가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썼다.
그러나 해당 법안을 두고 그리스 내부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전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동성 결혼은 인권 문제가 아니며 '위험한 법'이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에 찬성한 시리자는 "동성 커플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며 "불완전하다"고 다른 각도로 비판했다.
LGBTQ+(성소수자들) 지지 단체들 역시 이 법안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법안에 트렌스젠더에게 부모의 권리가 부여되는 내용은 담기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LGBTQ+를 지지하는 한 단체는 "법안 그 자체로 너무나 문제가 많다"며 "입법 과정 중에 벌어진 여러 가지 논쟁에서 수많은 혐오 발언으로 많은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밝혔다.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던 교회 단체들은 법안 통과에 반발했다. 기독교 정교회 주교는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파문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리스 정교회는 "이 법안은 부성과 모성을 없애고 성별을 중립화한다"며 "어린이들에게 혼란스러운 환경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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