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목적 분양시장 재편에 청약시장 판도 바뀔까

실거주 목적 분양시장 재편에 청약시장 판도 바뀔까

기준금리 3.5%로 9차례 동결… 高분양가 高이자 영향 실거주 위주 청약시장 재편 장기화 전망

 



지난달 2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연속 동결, 연 3.5% 유지가 확정됐다. 고금리의 장기화와 분양가 상승의 맞물림이 지속되며 청약시 1순위로 여겨지던 프리미엄을 제치고 실거주성을 최우선 순위로 평가하는 현상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024년 2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당 536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472만8000원) 대비 13.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분양가와 상승폭은 더 높고 가파르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당 분양가가 약 1145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922만6000원)와 비교해 24.18% 상승했고, 수도권의 2월 평균 분양가는 2506만원으로 1년 전(2153만원)과 비교해 20.02%나 급등했다.

반면 수요자들의 소득은 아파트값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약 502만4000원으로 전년 동분기(483만4000원) 대비 3.9% 상승에 그친 것이다.

다수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치 상승을 주요 목적으로 부동산을 바라볼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청약 시장 역시 실수요 위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다수 투자 수요가 빠져나가고 실거주를 위한 한 채를 원하는 수요층이 주로 남아 주거의 본질, 즉 정주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높은 실거주성을 찾아 옥석을 가리는 수요자들에게는 대단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지가 클수록 커뮤니티 특화 등에 유리하기 때문에 여가생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다. 관리비 절감 등으로 고정 지출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커뮤니티에 대한 선호 증가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부동산 트렌트’ 리포트에 따르면 수요자가 거주하고 싶은 주택 특화 유형 가운데 커뮤니티를 선택한 비율이 지난 2021년 19%에서 지난해 27%로 2년 간 42%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인천에서 분양한 A아파트와 B아파트는 차량 10분대 거리의 유사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특히 역세권 · 학세권 브랜드 단지라는 공통점도 갖췄으나 분양 성적은 확연히 나뉘었다.

A아파트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341세대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334명이 접수, 평균경쟁률 3.91대 1로 완판에 성공했으나 B아파트는 전 주택형 미달로 다수 세대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단지 규모가 결과를 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아파트는 약 1400세대 대단지로 운동시설, 카페, 키즈룸, 골프클럽,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독서실 등 전 연령대 이용 가능한 단지 내 시설을 갖춘 반면 B단지는 약 절반의 세대수로 커뮤니티에서 열세였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유사한 입지라면 풍부한 커뮤니티를 갖춘 단지가 더 선호된다는 방증이나 여전히 생활 인프라와 교통 · 문화 호재 등 주변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실거주 위주 청약시장 재편을 더 이상 투자처로서 부동산이 기능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된다”며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제든 호황기가 도래할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 내 대단지를 찾아 청약하는 등 미래가치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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