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이 15년 버텨봐야 고작 49점…강남 당첨은 언감생심

집 없이 15년 버텨봐야 고작 49점…강남 당첨은 언감생심

■ '알짜지역 청약'서 소외된 1인·다자녀 가구
4년새 강남 당첨 커트라인 67점
추첨제 생겼지만 '하늘의 별따기'
다자녀 가구 특공도 '13평' 수준
수도권 거주자 기회 제한도 불만
"소득 반영 등 가점체계 조정해야"
[서울경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에 청약을 넣었는데 역시 떨어졌어요. 저 같은 1인 가구는 청약통장 가점이 낮아 강남이나 웬만한 서울에서 당첨은 꿈도 못 꿔요. 메이플자이 당첨자 최고 점수가 79점으로 6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라는데 이런 가구가 실제로 있는지, 편법을 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고요.”(서울 거주 40대 A 씨)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3구에서 올해 약 2만 가구의 공급이 예정된 가운데 청약통장 가점이 낮은 1~2인 가구들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유리해 1~2인 가구는 강남 등 알짜 지역에서 당첨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의 다자녀 가구(3자녀 이상) 물량을 보면 20평도 안 되는 전용 43·49㎡도 꽤 있어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약 제도가 끊임없이 개선됐지만 1~2인 가구나 다자녀 가구를 배려하는 제도를 더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분양한 단지의 당첨 가점 평균 점수는 최저 67점, 최고 80점이었다. 이달 청약을 진행한 서초구 메이플자이의 당첨 커트라인은 69점, 최고점은 79점이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 등으로 산정한다. 무주택 기간 만점은 32점(15년 이상), 통장 가입 기간 만점은 17점(15년 이상)이며 부양가족의 경우 3인 가족(본인 외 부양가족 2명) 15점, 4인 20점, 5인 25점, 6인은 30점, 7인 이상은 35점을 받는다. 사실상 1인 가족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점수는 49점에 불과하며 2~3인 가구도 각각 59점, 64점에 불과해 가점으로는 강남3구에서 당첨이 어려운 셈이다.

지난해부터 중소형 평형에 대해 추첨제 물량이 생겼지만 이는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해 당첨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추첨제 물량에서 1~2인 가구 물량이 따로 배정된 것도 아니어서 당첨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한 30대 청약자는 “추첨제가 다시 도입돼 가점이 낮은 1~2인 가구도 당첨 가능성이 생겼지만 여전히 낮다”며 “특히 강남 같은 곳은 청약 가점이 높은 이들이 몰리기 때문에 1인 가구는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자녀 가구(자녀 3인 이상) 특별공급에 대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분양한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의 경우 특별공급 물량(130가구)의 20%를 다자녀 가구에 배정했다. 하지만 평형별로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정하다 보니 전용 49㎡에도 18가구가 배정됐다. 메이플자이는 전용 43㎡에 1가구, 전용 49㎡에 9가구를 다자녀 가구 특공 물량으로 내놓았다. 국토교통부 최저 주거 기준이 1인당 4평(14㎡)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20평 이상의 물량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현실과 배치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용 43㎡ 등에 다자녀 특공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 청약 제도가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이들의 박탈감을 부추긴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청약을 통해 서울로 입성하려는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서울 분양 단지의 청약에 당첨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억 로또 청약’이라 불렸던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청약의 경우 다자녀 특공만 경기·인천 거주자에 문을 열었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을 모두 서울 거주자에게 100% 우선 공급했다. 메이플자이도 특별공급만 거주자를 차별하지 않았을 뿐 일반공급에서는 청약자를 해당 지역(서울)과 기타 지역(경기·인천)으로 구분했다. 해당 지역에서 지원자가 마감되면 기타 지역 청약자는 당첨이 불가능하다.

세대원이 청약 자격에 제한을 받는 것도 문제다. 인천에서 부모님과 거주하는 30대 B 씨가 대표적이다. B 씨의 부모님은 만 60세 미만의 유주택 세대주이기 때문에 세대원인 B 씨도 유주택으로 간주돼 일부 지역에서 1순위 청약 지원에 제약을 받고 있다. 게다가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B 씨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의 1순위 기타 지역 청약 지원만 가능하기에 사실상 당첨 가능성이 제로다. B 씨는 “서울의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인천에서 부모님과 사는데 이 때문에 서울 청약을 할 수 없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설사 자취를 하더라도 부양가족 등이 없어 당첨 가점을 충족하지 못할 것 같아 요새는 그냥 통장을 해지할까 고민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 등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더 세심한 청약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부양가족 등의 이유로 4~5인 가구보다 청약 가점이 뒤처진다”며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의 만점을 없애고 매년 점수가 누적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가점 항목에 소득이나 자산을 추가하는 등 가점 체계 조정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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