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홍콩판 국가보안법’ 통과…21년 전 ‘악몽’ 현실로

강력한 ‘홍콩판 국가보안법’ 통과…21년 전 ‘악몽’ 현실로

19일 홍콩 입법회에서 크리스 탕(오른쪽에서 아홉째) 보안국장과 의원들이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해 홍콩 사회를 강력히 통제한 지 4년 만에 홍콩 의회가 이 법을 강화하고 구체화한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홍콩 의회격인 입법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홍콩 정부가 제출한 ‘수호국가안전 조례’, 이른바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89명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1월30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대한 공공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지 50일 만이다.

홍콩 정부는 약 4주 동안 법안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 8일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후 의회가 6일 만에 심사를 마쳤고 다시 6일 만에 최종 승인했다. 법안은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정부의 법안 논의부터 의회 승인, 발효까지 두 달도 안되는 사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홍콩 의원들은 “(영국으로부터 반환된 지)약 26년 만에 헌법적 책임을 완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반역과 국가분열, 반란, 불복종 선동, 정부 전복, 국가기밀 절도, 간첩 행위 등 홍콩 안보와 관련된 39개 죄목과 구체적인 처벌 수위 등을 담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간첩 행위를 하거나 공공 인프라를 파괴한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고, 외부 세력과 공모한 경우 종신형으로 처벌이 강화된다.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경우 최대 7년형에 처하지만, 외부 세력과 공모한 경우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외국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는 기업 등이 외부세력에 해당한다.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홍콩판 국가보안법은 특히 외부 세력과의 공모를 막는데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며 “외부로 떠난 반 중 세력이 홍콩에 돌아와 시위 등을 일으키고, 이 시위가 중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하게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50년 동안 일국양제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의식해 홍콩에 대한 눈에 띄는 간섭을 자제해 왔으나, 2019년 홍콩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뒤 태도를 완전히 바꿔 ‘일국양제’를 파기하고, 홍콩을 빠르게 ‘중국화’하기 시작했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 2003년 같은 법안 도입이 추진될 때 50만명 넘는 이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강력히 저항해 법안 도입을 막아냈으나, 올해 법안 추진 과정에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다. 지난 2020년 5월 중국 당국이 간략한 내용의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해 반정부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이미 틀어 막아놨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7개 조항에 불과하지만, 홍콩의 민주주의 단체와 정치인 등이 자진해서 기구를 해체하고 활동을 중단할 정도로 홍콩 사회 전반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국 당국은 이후 홍콩 정부에 자체적인 국가보안법을 입법하라고 압박해왔다.

이번 법안 통과로 최근 급격히 ‘중국화’가 진행되는 홍콩 사회에 안보 우선주의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통치를 받으며 100년 넘는 민주주의 경험을 가진 홍콩 시민들의 활동 반경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홍콩의 위상도 더욱 손상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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