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뿔난 군중에 불타버린 완전자율주행

“터질 게 터졌다”…뿔난 군중에 불타버린 완전자율주행

샌프란시스코 도심서 웨이모 로보택시 화염
잇달아 빚어진 안전사고에 따른 불만 표출
멈춰선 GM 크루즈에 이어 부정 여론 UP
[아로마스픽(78)]2.12~16

편집자주

4차 산업 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한복판에서 완전자율주행 차량인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불타고 있다. 엑스 캡처


불기둥과 함께 솟구친 시커먼 연기는 쉴 새 없이 하늘로 향했다. 화염에 휩싸인 차량에선 연신 비상등이 깜빡였지만 길거리 행인들에게 대피 신호로 인식되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화재 차량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까지 불똥이 튀면서 불러올 연쇄 폭발의 위험성도 그들에겐 관심 밖으로 보였다. 오히려 도심 속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사고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에 바쁜 시민들이 더 눈에 띄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지난 10일 벌어진 이 광경은 21초와 13초 분량의 동영상에 담긴 가운데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 옛 트위터)에 게재됐다. 12일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화재 차량은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 모델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동안 시내 완전무인택시(로보택시)로 운행되면서 각종 안전사고와 연루된 데 따른 대중들의 분노 표출이란 현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야심 차게 출발했던 꿈의 완전자율주행길이 갈수록 태산이다. 설익은 기술 탑재에 따른 오작동이 릴레이 안전사고를 불러오면서 야기된 일반 대중들의 반발에 폭력성까지 동반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벌써부터 “사실상 완전자율주행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비난 섞인 시각도 팽배하다.

‘사고뭉치’로 전락한 완전자율주행에 뿔난 군중, 테러 형태로 표출

시민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한복판에서 완전자율주행 차량인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파손하고 있다. 엑스 캡처


이번 웨이모 차량 화재는 사고 현장 분위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중국 음력설 기념으로 폭죽과 함께 불꽃놀이가 한창 진행됐던 당일 오후 9시께 벌어진 이 사고에서 포착된 과격한 집단행동 때문이다. 당시 이 지역을 지나던 흰색 웨이모 차량 1대가 앞차에 막혀 일시 정지됐는데, 그 순간 몰려든 군중 가운데 1명은 해당 차량의 보닛에 올라갔고 앞 유리 파손에 들어갔다. 이어 후드티를 착용한 한 남성은 스케이트보드로 차량 옆 유리를 장난하듯 연거푸 내리쳤다. 주변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이 광경을 그대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았다. 전소 직전, 웨이모 사고 차량에 가해졌던 모습이다. 16초와 40초로 구분된 상태에서 올려진 엑스의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315만 건을 넘어설 만큼 주목됐다.

다행스럽게도 소방차 출동으로 화재는 진압됐고 승객이 미탑승한 차량이어서 부상자도 없었지만 대형 인명 피해도 배제할 수 없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라면서도 (범인에 대한) 체포 여부를 밝히진 않았다. 이에 대해 웨이모 측은 “누군가가 (차량) 내부에 화염을 던졌고 이에 따라 차량에 불이 붙었다”면서 방화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세간에선 최근 자전거 접촉 사고를 내면서 관계 당국으로부터 조사 중인 차량이 웨이모의 로보택시였단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 로이터통신 등에 의하면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이던 웨이모 차량은 네 방향의 한 교차로에서 자전거와 충돌했다.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순간, 다른 방향에서 진입한 트럭을 감지해 멈췄고 해당 트럭이 지나간 찰나에 운행을 재개했다. 이어 트럭 뒤에 따라왔던 자전거를 발견하고 재차 정지했지만 자전거와 충돌까진 피할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자전거 탑승자는 가벼운 부상에 그쳤지만 아찔한 상황임엔 분명했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과 미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조사에 착수했다. NHTSA는 "웨이모의 사고 사실을 알고 있으며,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GM 크루즈에 이어 구글 웨이모까지 이탈…싸늘한 여론, 당분간 회복은 어려울 듯

지난해 8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에서 24시간 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받았던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가 안전사고 논란으로 퇴출된 데 이어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도 유사한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웨이모 로보택시 방화 사건으로 완전자율주행 업계에 돌아온 내상은 적지 않다. 당장,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론부터 문제다. 완전자율주행의 쌍두마차로 여겨졌던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에 이어 웨이모까지 안전사고에 연루되면서다. 양사는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로부터 24시간 로보택시 운행을 허가받았던 업체다.

이 중 크루즈는 2개월 만인 그해 10월, DMV로부터 “대중이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며 운행 허가 중단을 통보받았다. 인명 사고에서부터 구급차 운행 방지 의혹 및 소방차와 충돌 등을 포함해 크고 작은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 가중된 사회적인 불안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였다.

웨이모 로보택시에 대한 이번 테러는 그동안 완전자율주행에서 빚어졌던 다양한 부작용으로부터 축적된 불만이 외부로 표출된 사례란 게 중론이다. “지난해 나왔던 크루즈의 잇따른 사고 이후, 로보택시에 대해 증가한 대중의 반발감을 보여준다”고 전한 샌프란시스코 현지 매체의 논평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움직임도 규제 강화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선 1만1파운드(약 4.5톤) 이상의 자율주행차량에 대해 운전자 탑승을 기본으로 한 법안이 제출됐다. 아울러 완전자율주행 허용을 불허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촉구 집회도 열렸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적인 발전 등이 더해질 경우 로보택시의 안정성도 더해질 것이란 기대감과 더불어 ‘세계 최초 연중 무휴 로보택시 도시’란 타이틀까지 노리고 운행 허가 찬성 기류에 편승했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난 행보다.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부정적인 흐름은 객관적인 수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2,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는 자율주행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36%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신뢰하지 않았다.



허재경 선임기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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