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대 정적 나발니…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사망

푸틴 최대 정적 나발니…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사망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유명한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 수감 중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의 5선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3월 15∼17일)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러시아 매체 리아노보스티는 16일(현지시간) 교도소 당국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이날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발니 측근들은 나발니의 사망에 관해 확인된 것이 없다며 변호사가 상황 파악을 위해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레오니트 솔로비요프 변호사는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이틀 전(14일) 나발니를 면회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면서 "사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고 발표했다.

나발니는 1976년 모스크바 인근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했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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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반부패재단,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본부 등 그가 설립한 단체는 러시아 당국에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됐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위를 차지했고 2015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던 야권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가 괴한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더욱 많은 지지를 받게 됐다.

2018년 대통령 선거에도 도전하려고 했지만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둘러싼 피선거권 자격 논란이 불거져 출마하지 못했다.

나발니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폭로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는 수만 명이 참여한 거리 시위를 촉발했다.

2021년에는 러시아 겔렌지크에 대규모 휴양시설 '푸틴의 비밀 궁전'이 있다고 주장, 푸틴 대통령의 '눈엣가시'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 시설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의문의 독극물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2020년 8월 나발니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검사 결과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이 검출돼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독일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은 나발니는 2021년 1월 러시아로 '대담하게' 귀국했으나 즉시 당국에 체포돼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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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가 체포되자 러시아에서는 전국적으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수천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가 구금됐다.

"나는 두렵지 않으며 여러분도 두려워하지 말기를 요청한다"고 말한 나발니는 결국 횡령, 극단주의 선동, 사기 등 혐의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교도소에서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모스크바에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에 있는 제6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추위 등 혹독한 환경 때문에 '북극의 늑대'로 불리는 제3교도소로 이감됐다.

그는 지난달에는 수감 중인 감옥에서 한국기업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고 싶다며 식사 시간 제한 폐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변호사 등 자신의 팀을 통해 텔레그램 채널을 관리했는데 마지막 게시물은 사망 이틀 전인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에게 바치는 메시지였다.

한편,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서방은 일제히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나와 "나발니의 옥중 사망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끔찍한 비극이 될 것"이라면서 "크렘린궁의 반대파 탄압의 역사는 길고 추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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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푸틴이 자국민의 반대 의견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없다"며 "독재에 용기 있게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깊은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며 "우리는 모든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는 이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러시아 정권에 있다고 본다"며 "투쟁가들은 사망하지만, 자유를 위한 투쟁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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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보 협정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매우 슬프다. 나발니는 용기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다"라면서 "러시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신호"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푸틴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엑스에 "끔찍한 소식이며 러시아 국민에게 엄청난 비극이다"라면서 "러시아 민주주의를 가장 열렬하게 옹호하는 사람으로서 평생에 걸쳐서 놀라운 용기를 보여줬다. 그의 부인과 러시아 국민들에게 마음을 보낸다"라고 말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X에 올린 글에서 "나발니는 억압 체제에 대한 저항의 대가로 목숨을 잃었다"라면서 "그의 죽음은 푸틴 정권의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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